계약은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이제 소송밖에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얼마가 드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망설이고 계실 겁니다. 이 글은 보증금 액수를 넣으면 바로 나오는 인지대·송달료 계산법, 1심까지 걸리는 기간, 임대인이 실제로 하는 주장에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리고 이긴 뒤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방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핵심만 먼저 보면
- 법원에 내는 돈은 보증금 1억 원 기준 494,100원입니다(전자소송 인지대 409,500원 + 송달료 84,600원, 원고·피고 각 1명 기준). 변호사 보수는 별도입니다.
- 1심 판결까지 통상 4~6개월입니다.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재판을 1회로 끝내도록 하는 절차 특례가 따로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
- 임대인이 원상회복비를 빼겠다고 해도 그 근거를 대야 하는 쪽은 임대인입니다. 통상의 사용으로 생긴 마모는 임차인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 이사를 먼저 나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를 반드시 먼저 마쳐야 합니다. 순서가 바뀌면 순위를 잃습니다.
-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면 계약이 그대로 연장됩니다. 이 경우 반환 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소송을 걸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두 가지
보증금 반환소송은 소장을 쓰는 일보다 그 앞 단계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실무에서 사건이 꼬이는 지점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계약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제때, 증거가 남는 방법으로 전달했나요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하지 않으면, 계약은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이것을 묵시적 갱신이라고 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항).
임대인 쪽 기한은 조금 다릅니다. 임대인은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을 통지해야 합니다. 이 6개월~2개월 기준은 2020년 6월 9일 개정으로 정해져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종전에는 1개월 전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임대차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근거가 없습니다. 소송을 내도 청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미 갱신되어 버렸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 효력이 생깁니다(같은 법 제6조의2).
실제로 이 조항으로 계약이 끝난 사건이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된 임대차가 묵시적 갱신으로 이어져 오다가 임차인이 2025년 5월경 해지를 통보했고, 법원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계약이 해지됐다고 보아 보증금 3,500만 원 전액의 반환을 명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5가단216210 판결).
중요한 것은 통지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통지했다는 증거입니다. 전화로만 말했다면 나중에 임대인이 “들은 적 없다”고 하면 다툼이 됩니다. 내용증명우편이 가장 확실하고, 최소한 문자메시지나 메신저처럼 날짜와 내용이 그대로 남는 방법을 쓰셔야 합니다.
이사를 먼저 나가면 순위를 잃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직장이나 자녀 학교 문제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 집에 살면서 전입신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유지됩니다.
그냥 짐을 빼고 전출신고를 하면 그 순간 순위가 사라집니다. 이후 그 집에 근저당이 새로 잡히거나 경매가 진행되면 배당에서 뒤로 밀립니다.
이것을 막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에 이사해야 하며, 신청만 해놓고 나가면 안 됩니다. 왜 필요한지는 임차권등기명령이 필요한 이유에, 실제 신청 방법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방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임차권등기를 해두면 임대인이 “등기부터 지워야 보증금을 주겠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순서는 반대입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입니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앞서 본 인천지방법원 사건에서도 임대인이 같은 주장을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소송비용은 정확히 얼마인가
인터넷에는 “1억이면 대략 100만 원” 같은 설명이 많은데, 법원에 내는 돈은 법에 계산식이 정해져 있어 미리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인지대는 보증금 액수로 자동으로 정해집니다
소장에 붙이는 인지액은 소가(소송으로 청구하는 금액, 여기서는 못 받은 보증금)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
- 1천만 원 미만: 소가 × 50 / 10,000
- 1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소가 × 45 / 10,000 + 5,000
-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소가 × 40 / 10,000 + 55,000
- 10억 원 이상: 소가 × 35 / 10,000 + 555,000
계산된 인지액이 1,000원 미만이면 1,000원으로 하고, 1,000원 이상이면 100원 미만은 버립니다(같은 조 제2항). 그래서 인지대는 언제나 100원 단위로 딱 떨어집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전자소송 감액입니다.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로 소장을 제출하면 위 인지액의 10분의 9만 내면 됩니다(같은 법 제16조 제1항). 종이로 접수하는 것보다 10% 싸고 접수도 빠르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전자소송을 쓰시는 편이 낫습니다.
아래는 보증금 액수별로 법령의 계산식을 그대로 적용한 금액입니다. 어림값이 아니라 소장 접수시 실제로 내는 확정 금액입니다. 원고 1명·피고 1명이 전자소송으로 접수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했고, 인지대는 10분의 9 감액을, 송달료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원고 몫 제외를 반영했습니다.
| 못 받은 보증금 | 인지대 + 송달료 | 법원비용 합계 |
|---|---|---|
| 3,000만 원 | 126,000원 + 56,400원 | 182,400원 |
| 5,000만 원 | 207,000원 + 84,600원 | 291,600원 |
| 1억 원 | 409,500원 + 84,600원 | 494,100원 |
| 2억 원 | 769,500원 + 84,600원 | 854,100원 |
| 3억 원 | 1,129,500원 + 84,600원 | 1,214,100원 |
| 5억 원 | 1,849,500원 + 84,600원 | 1,934,100원 |
3,000만 원 행만 송달료가 적습니다. 3,000만 원 이하는 소액사건으로 배당되어 송달료가 10회분(56,400원)이고, 그 위는 15회분(84,600원)이기 때문입니다.
송달료는 당사자 수와 회차로 정해집니다
송달료는 법원이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미리 예납하는 돈입니다. 계산식은 당사자 수 × 1회 송달료 × 납부 회차이고, 회차는 사건 종류마다 다릅니다(송달료규칙의 시행에 따른 업무처리요령 별표 1).
민사 제1심 단독·합의 사건은 15회분, 소액사건은 10회분이고, 1회 송달료는 5,640원입니다(2026. 7. 1. 기준). 원고와 피고 둘뿐인 사건을 종이로 접수하면 2명 × 5,640원 × 15회 = 169,200원입니다.
그런데 전자소송으로 접수하면 원고 자신의 몫이 빠집니다. 전자소송 진행에 동의한 등록사용자는 자신에 대한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제89조 제1항. 당사자 1인당 송달료가 6회분을 넘는 사건에 적용되므로 민사 제1심 사건은 모두 해당합니다). 인지대만 10% 깎이는 것이 아니라 송달료도 절반이 되는 셈인데, 이 부분을 빠뜨린 설명이 많습니다.
- 전자소송·단독 사건: 5,640원 × 15회 × 1명(피고) = 84,600원
- 전자소송·소액사건: 5,640원 × 10회 × 1명(피고) = 56,400원
- 종이소송·단독 사건: 5,640원 × 15회 × 2명(원고+피고) = 169,200원
임대인이 두 명(공동 소유자)이면 피고가 한 명 늘어난 만큼 송달료도 늘어납니다. 1회 송달료 자체는 우편요금이 오를 때마다 바뀌며, 직전 기준이던 5,500원은 2025년 6월 1일부터 적용됐던 금액입니다.
보증금 외에 인지대·송달료를 다른 소가로 직접 계산해 보고 싶으시다면 소송비용 계산기에서 금액을 넣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과 소송,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
보증금을 받아내려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 서류, 즉 집행권원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얻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 구분 | 지급명령(독촉절차) | 보증금반환청구소송 |
|---|---|---|
| 인지대 | 소장 인지액의 10분의 1 | 위 표 기준 |
| 기간 | 이의가 없으면 2개월 안팎 | 통상 4~6개월 |
| 상대가 이의하면 | 소송으로 넘어감 | 해당 없음 |
| 유리한 상황 | 임대인이 액수를 다투지 않을 때 | 공제 주장 등 다툼이 있을 때 |
지급명령은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진행되어 훨씬 싸고 빠릅니다. 인지대가 소장의 10분의 1이라는 것도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 보증금 3,000만 원이라면 인지대는 12,600원(140,000원 × 1/10 × 전자소송 9/10)입니다.
다만 송달료는 6회분이어서 위의 원고 몫 제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2명 × 5,640원 × 6회 = 67,680원을 내고, 합계 80,280원이 됩니다. 소송으로 갔을 때의 182,400원과 견주어 보시면 됩니다.
대신 임대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그때부터 정식 소송으로 넘어가고, 그동안의 시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임대인이 액수를 다툴 사람인가”입니다.
원상회복비나 밀린 월세를 빼겠다고 이미 말하고 있다면 어차피 다툼이 되므로 처음부터 소송이 낫습니다. 반대로 금액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면 지급명령을 먼저 시도해 볼 만합니다.
다만 지급명령에는 보증금 사건에서 특히 걸리기 쉬운 제약이 있습니다. 임대인 주소를 특정하지 못하면 공시송달이 되지 않아 절차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계약서에 관할 합의가 적혀 있어도 채무자 주소지 법원의 전속관할이라 그 조항을 쓸 수 없습니다. 신청서 작성법과 인지대·송달료 계산, 이의신청이 들어왔을 때의 처리는 지급명령 신청방법에 절차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 보증금반환소송에만 있는 특례
잘 알려지지 않은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내는 보증금반환청구소송에는 소액사건심판법의 절차 특례가 준용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13조).
준용되는 것은 소액사건심판법 제6조, 제7조, 제10조, 제11조의2입니다. 핵심은 제7조로, 판사는 되도록 1회의 변론기일로 심리를 마쳐야 하고, 제11조의2에 따라 변론을 끝낸 뒤 즉시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특례가 보증금이 3,000만 원을 넘어도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소액사건 절차는 3,000만 원 이하 사건에만 쓰이는데,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은 금액과 관계없이 이 특례를 받습니다.
다만 정확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준용되는 것은 절차 특례 네 개일 뿐, 사건 자체가 소액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행권고결정(법원이 판결 대신 이행을 권고하는 간이 절차)은 준용 대상에 들어 있지 않고, 인지대와 송달료도 일반 민사사건 기준으로 냅니다.
| 단계 | 통상 소요 | 길어지는 이유 |
|---|---|---|
| 소장 접수~송달 | 2~4주 | 임대인 주소 불명 시 보정·공시송달 |
| 답변서·준비서면 | 1~2개월 | 공제 주장이 나오면 서면 공방 반복 |
| 변론기일~선고 | 1~2개월 | 감정·증인이 필요한 경우 |
| 판결 확정 | 선고 후 2주 | 임대인이 항소하면 다시 진행 |
임대인이 실제로 하는 주장과 법원의 판단
소장을 내면 임대인 쪽에서 나오는 주장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로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준다”
주택 임대차에서 압도적으로 흔한 반응입니다. 법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줄 현금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는 임대차가 끝나면 생기고,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는 의무와 서로 맞물려 있을 뿐입니다. 새 임차인을 구했는지 여부는 그 요건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가 배척된 사건이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말을 믿고 새 임차인과 계약해 계약금 600만 원을 받았는데 임차인이 예정대로 나가지 않아 계약이 파기됐고, 임대인은 배액인 1,200만 원을 물어준 뒤 그 손해를 보증금에서 빼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손해는 민법 제393조 제2항의 특별손해라서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데, 임차인은 “임차권등기가 되거나 추석이 지나면 이사를 가겠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 날짜를 특정하지 않았고 임대인이 새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없다는 이유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5가단216210 판결).
이 구분이 실제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상대가 다투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는 것이라면, 이기는 것보다 이긴 뒤에 받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준비하면서 임대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예금에 가압류를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원상회복비를 빼겠다 — 증명해야 하는 쪽은 임대인입니다
두 번째로 흔한 것이 공제 주장입니다. 벽지·장판 훼손, 못 자국, 청소 상태를 이유로 원상회복비를 빼겠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확립된 법리가 있습니다.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임차 전 상태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한 뒤 그 집을 통상의 용도로 쓰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로 돌려주는 것을 뜻합니다(민법 제623조, 제654조, 제615조).
그래서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 즉 통상의 손모(損耗)는 임차인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사용하면서 닳는 부분은 이미 차임에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증명책임의 방향입니다. 통상의 손모를 넘어서는 훼손이 있었다는 점은 임대인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95다14671 판결). 임차인이 “내 잘못이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 판결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보면 감이 잡히실 겁니다.
| 사건 | 임대인이 뺀다고 한 금액 | 법원이 인정한 금액 |
|---|---|---|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5. 7. 선고 2023가단165357 | 바닥 파손·문고리·페인트 마모 | 0원(전부 배척) |
| 인천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5가단216210 | 7,620,000원(원상회복비) | 0원(전부 배척) |
| 부산지방법원 2026. 5. 12. 선고 2025가단47425 | 7,912,385원(감정) | 2,787,633원 (인정 5,575,267원 → 책임 50% 제한) |
부산 사건은 감정 → 손해액 인정 → 책임 제한의 세 단계를 거쳤습니다. 여기를 헷갈리면 안 됩니다.
감정인은 원상회복에 7,912,385원이 든다고 산정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항목별로 따져 이 중 5,575,267원만 임차인이 배상할 손해로 인정했고, 다시 그 인정액에서 책임을 50%로 제한해 최종 공제액을 2,787,633원으로 정했습니다(5,575,267원 × 50%, 원 미만 버림). 감정액이 그대로 깎인 것이 아니라, 인정된 손해액을 다시 절반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책임을 제한한 이유는 판결문에 세 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 싱크대 훼손이 전적으로 사용 과정에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없고 부실시공 등 시공상 하자도 일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감정인이 산정한 도배공사비가 훼손된 벽면 부분에 한정되지 않고 미관 저해를 이유로 벽면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점
- 임차인이 약 4년을 거주해 통상의 손모에 따른 감가상각을 고려해야 하는 점
그 결과 보증금 3억 5,000만 원에서 2,787,633원만 공제된 347,212,367원의 반환이 명해졌습니다.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금액이 그대로 보증금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계약서 특약이 있으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사건에서는 특약으로 벽걸이TV 설치와 벽면 타공을 금지하고 못 자국이 생기면 벽면 전체를 복구하기로 정해 두었기 때문에, 안방 벽면 타공 부분은 원상회복 대상으로 인정됐습니다(2026. 2. 13. 선고 2025가단111646 판결).
보증금 전액을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공제 주장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임대인이 그것을 이유로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원상회복비가 보증금에 비해 근소한 금액인데도 그 전액을 붙잡아 두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반하고 신의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4697 판결).
앞서 본 서울동부 사건이 그 예입니다. 보증금 잔액 2억 원에 대해 임대인이 원상회복비 17,420,645원을 이유로 전액 지급을 거부했는데, 법원은 원상회복비를 15,000,000원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185,000,000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임대인이 그 상태에서 임차인의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부만 공탁해 놓는 경우
임대인이 공제하겠다는 금액을 뺀 나머지만 법원에 공탁해 두고 “다 줬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채무액 전부를 공탁하지 않은 일부 공탁은, 채권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변제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카161 판결).
인천 사건에서 임대인이 보증금 3,500만 원 중 1,512만 원만 공탁했지만, 공제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공탁도 유효한 이행 제공이 아니라고 판단됐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집을 비워주지 않고 버티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점유가 아닙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이행제공을 하지 않은 이상 그렇습니다.
다만 계속 점유하면서 발생한 차임 등으로 보증금이 전부 공제되어 버리면 동시이행항변권이 사라지고, 그때부터도 인도를 거부하면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월세가 있는 계약에서 장기간 버티는 경우에 문제가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보증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계산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것
위 판결들을 종합하면 결국 사진으로 정리됩니다. 통상의 손모인지 임차인의 잘못인지는 법리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증거로 갈립니다.
입주할 때와 나갈 때 같은 위치를 같은 각도로 찍어둔 사진이 있으면 다툼이 짧게 끝납니다. 이미 이사를 나온 뒤라면 확보할 방법이 없으므로, 짐을 빼는 날 집 전체를 찍어두시기 바랍니다.
계약서 특약도 미리 읽어두셔야 합니다. 서울동부 사건에서 보듯 특약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통상의 손모 법리보다 특약이 앞섭니다. 벽걸이TV, 못질, 반려동물처럼 구체적 항목이 적혀 있는지 계약 단계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연체된 차임은 다투기 어렵습니다. 보증금은 임대차에서 생기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므로, 연체 차임은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됩니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이겨도 끝이 아닙니다
판결을 받은 다음에 챙겨야 할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지연손해금입니다. 금전 지급을 명하는 판결에서는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이 이율은 2019년 6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으며 종전에는 연 15%였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지급 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만 적용되고 그다음 날부터 12%가 붙습니다. 앞서 본 부산 사건이 실제로 그렇게 선고됐습니다.
이렇게 구간이 둘로 나뉘면 이자를 직접 더하기가 번거롭습니다. 보증금 액수와 판결문에 적힌 날짜를 그대로 넣으면 구간별 이자가 합산돼 나옵니다.
둘째, 소송비용은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판결문에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적혀 있어도 그것만으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받으려면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따로 신청해야 합니다.
그 결정도 집행권원이므로, 확정되면 임대인의 예금을 압류해 회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송비용액확정 결정정본만으로 압류가 나간 사례가 있고, 절차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방법에 정리했습니다.
셋째, 집을 비워주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판결 주문이 “건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보증금을 지급하라”는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확정판결을 받은 임차인은 집을 인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집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1항). 다만 배당금을 실제로 받는 시점에는 집을 비워주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금 반환소송 비용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나요
인지대와 송달료는 승소하면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고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변호사 보수는 전액이 아니라 대법원규칙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실제로 지급한 금액과 인정되는 금액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도배값을 빼겠다는데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마모는 임차인이 책임지지 않고, 그것을 넘는 훼손이라는 점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실제로 원상회복비 공제 주장이 전부 배척된 판결이 여럿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 특약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약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하면 소송은 안 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는 순위를 지켜주는 제도이지 돈을 받아내는 제도가 아닙니다. 등기가 되어 있어도 임대인이 주지 않으면 별도로 집행권원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임대인이 등기 말소를 먼저 요구하더라도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보증금 반환의무가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보다 먼저 이행되어야 할 의무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
보증금이 3,000만 원 이하면 더 빨리 끝나나요
3,000만 원 이하이면 소액사건으로 배당되어 송달료가 15회분에서 10회분으로 줄고(전자소송 기준 84,600원 → 56,400원) 이행권고결정 절차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1회 변론으로 끝내는 특례는 금액과 관계없이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전부에 적용됩니다.
정리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소장을 잘 쓰는 데 있지 않습니다.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의사를 증거가 남는 방법으로 전달했는지, 이사를 나가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마쳤는지, 그리고 입주·퇴거 시점의 사진을 갖고 있는지에서 대부분 갈립니다.
법원에 내는 돈은 보증금 1억 원 기준 494,100원으로 미리 정확히 계산할 수 있고, 1심은 통상 4~6개월입니다. 임대인의 공제 주장은 생각보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증명해야 하는 쪽은 임대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